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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희 시인 / 새 달력
새 해가 도착했어요 열두 개의 밝은 달을 데리고 둥근 하늘과 함께 왔어요 세월의 길목에서 꼬박 육십 년을 기다려 나를 찾아왔어요, 특별한 손님을 나는 매일 아침 새 손님으로 맞이해야겠어요 날마다 새 마음을 새 마음에 닿으려 움 틔우겠어요 새 마음에 닮으려 첫발을 떼겠어요 한 걸음에 한 걸음만 더하겠어요 손끝 하나 발끝 하나도 소중히 놓겠어요 하루를 마디게 건너가면 보여요, 파도에 닳은 조약돌 말이 내 안에 굴러다녀요 아껴둔 말을 걸겠어요 첫말처럼 한 마음 한 마음에게 걸겠어요 새 날이 공염불로 지나가더라도 곱게 접어 보내겠어요 새 하루에서 새 하루로 넘어가겠어요 세상을 한 바퀴 돌아 선물처럼 갑자*에 닿았으니까요 새 해가 도착했어요 세상 한 바퀴 돌아온 마음에 첫마음을 올려 첫장을 넘겨요
* 60갑자는 10간(干)과 12지(支)를 결합하여 만든 60개의 간지(干支), 그 첫해가 갑자(甲子) -시집 <마음을 걸다> Bookin,
이양희 시인 / 수처작주隨處作主 1
와공들은 휴식 시간에도 가파른 지붕 위에서 내려 오지 않는다 지붕 위에서 새벽부터 굽혀온 허리를 편다 지붕 위에서 커피를 마시고 지붕 위에서 간식을 먹는다 지붕 위에서 담배를 피우며 지붕 위에서 먼 하늘을 본다 지진이 훑고 간 지붕 위가 궁금해 나는 온종일 마당에서 지붕 위를 쳐다본다 땅의 일은 땅의 일이란 듯 파란 가을 하늘은 높고 깊고 무심하다 지붕 위의 일이 땅의 일인 듯 와공들은 지붕 위에서 손발이 척척 맞다 며칠째 지붕 위를 쳐다보느라 나는 뒷목이 뻣뻣하다 - 시집 <마음을 걸다> boo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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