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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13.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마태오복음 4,18-22

  

“다리를 다쳐 꼼짝할 수 없던 어느 날, 친구 하나가 생겼습니다. 그 친구가 다가오는 것도 함께 있는 것도 지겹도록 싫었습니다. 그가 가까이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습니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늘 말없이 제 가까이 서 있어 주었습니다. 힘겹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를 받쳐 주고 힘을 내라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그 친구와 친해지고 그에게 마음으로 고마움을 느낄 무렵, 이제 내가 홀로서기를 시작하자 그 친구는 누군가를 향해 떠나갔습니다. 그는 지금쯤 또다시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 나에게 했던 것처럼 침묵 속에 자신을 내어 주고 있을 것입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목발’입니다.”

 

어느 수녀님이 다리를 다쳐 한참 동안 목발에 의지하며 지냈던 시간을 짧은 글로 엮은 것입니다. 그 수녀님은 여기 저기 소임을 옮겨 다니며 상처 난 영혼들의 친구가 되어 주고 또다시 누군가를 향해 떠나야 하는 자신의 삶에서 ‘목발’과 같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 곳에 머무르지도 않고, 특정 사람에게 매여 살지도 않는 신부나 수도자들의 삶은 ‘목발’과 같은 인생입니다. 이들은 상처 난 사람들에게 다가가 목발처럼 자신을 딛고 일어서도록 다리가 되어 주다가 그들이 홀로 걷기를 시작하면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떠나는 사람들입니다. 고통 받는 이들에게 다가가 용기가 되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다가 아무 미련 없이 떠나는 사람들이 신부나 수도자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그들은 부르심을 받고 삶의 자리를 떠납니다. 그물을 버리고 고향과 친척과 친구를 떠나 떠돌이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때는 예수님께서 직접 당신의 제자들을 부르셨지만, 지금은 예수님을 대신해서 길 잃은 양, 상처 난 영혼들이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를 애타게 부르는 누군가를 위해 ‘목발’ 같은 삶을 살지 않으시렵니까?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