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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하느님께서는 작은 이들도 잃어버리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15.
하느님께서는 작은 이들도 잃어버리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는 작은 이들도 잃어버리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

 

마태오복음 18,12-14

 

제주도 남단 서귀포시 강정동의 작은 마을에 해군 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해안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요한 마을에 느닷없이 ‘해군 기지 건설지’라는 팻말이 박힙니다. 해군 기지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중국과 일본을 견제할 군사적 요충지로서 국가 안보를 위한 중요한 국책 사업이라고 주장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제적 이득과 국가 안보라는 이름만 붙으면 환경이 파괴되든, 힘없는 사람들이 희생되든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반대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강정 마을에는 소수의 마을 주민과 그들과 고통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힘겹게 싸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교회가 국가 안보를 위한 국책 사업에 개입하여 이 소수 주민들의 반대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지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교회는 자위적 기능을 가진 적절한 군사력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교회가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에 대한 관심과 사랑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 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주도는 해방 직후 이념의 이름으로 국가의 공권력에 3만여 명이 넘는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4.3 사건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뭍에서 사는 사람들은 먼 나라 이야기로 흘려들을 수 있지만, 과거의 아픈 기억을 안고 사는 제주도 사람들로서는 또다시 군사적 요새가 되어 주변 국가의 긴장의 중심에 서는 것을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국가적 대의(大義)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켜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흔아홉이 환호를 한다 해도, 단 한 명이라도 그 희생자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그와 함께하는 것이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보살피는 교회의 복음 정신입니다.

 

또한 교회는 군사력으로 평화를 담보하고자 하는 정치적 논리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강대국의 첨병 기지 노릇을 하며 끊임없이 군사적 긴장을 높여 가는 안보 논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교회가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까지도 세상 눈치나 보며 세상의 논리에 동조하거나 침묵해야 하는지요? 예수님께서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마태 26,52)라고 하셨지요. 무력은 또 다른 무력을 불러들이며 끝없이 치닫는 거짓 평화에 대하여 교회마저 외면한다면, 그 허구를 폭로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요? 신앙인이 아니면 과연 누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진정한 평화를 주장하며 이를 희망하고 살 수 있는지요?

 

정치적 논리와 국가의 공권력 앞에 결국은 패배하고 말 승산 없는 반대를 왜 교회가 하느냐고 사람들은 다시 물을 것입니다. 교회는 힘을 가진 곳이 아니며 참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희생되는 어린양의 번제물일 따름입니다. 교회는 세상이 이러한 어린양의 희생으로써 진정한 평화를 향해 진보해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입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