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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29.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요한복음 20,2-8

 

 

재물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지식도 자신이 소유하는 또 하나의 무형의 재산이 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지적 재산’이라고 말하지요. 우리가 가진 지적 재산은 필요에 따라 돈이나 명예 또는 신분으로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보와 지식을 자기 것으로 삼으려고 애를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아는 지식은 반대입니다. 하느님에 대하여 하나를 알면 나 자신 하나를 내려놓아야 하고, 둘을 알면 나 자신 둘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느님을 아는 지식은 세상의 지식과는 달리 아는 것만큼 나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것을 마치 재산처럼 소유하면 바리사이나 율법 학자처럼 되고 맙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는 하느님에 대한 지식 때문에 곁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하느님을 안다는 것은 하나 둘,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이 한낱 쓰레기임을 깨닫는 것입니다(필리 3,8 참조). 하느님을 온전히 알면 우리 자신은 아무것도 붙잡고 있지 않는 빈 마음이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와 다른 제자 곧 요한이 예수님의 무덤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무덤을 봅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보며 누구보다 예수님을 잘 알던 두 제자가 텅 빈 무덤을 만난 것입니다. 그들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제로(0)가 되는 순간입니다. 그때부터 비로소 그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하기 시작합니다. 요한 사도의 예수님에 대한 결론은 한마디로 모든 것을 내어 준 텅 빈 존재, 오로지 ‘사랑’(1요한 4,16 참조)이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신자가 성경 공부는 물론 좋은 영성 강의나 신학 강의를 들으려 합니다. 예수님을 더 잘 알고 느끼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분을 아는 지식만큼 우리 자신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아는 사람은 텅 빈 무덤처럼 비어 있어 내적으로 자유로워야 합니다. 오로지 사랑만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