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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29.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요한복음 1,1-18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원로 조각가 최종태 교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켈란젤로 작품에 미완성이 많은 게 이해가 돼요. 예술 작품에 완성이란 없는 겁니다. 다만 어느 시점에서 작업을 멈출 따름이지요.” “더는 손댈 수 없다고 느껴지는 시점이 있어요. 영감이기도 하고 욕심을 버리는 때이기도 하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미완성이 곧 완성이지요.”

 

원로 조각가의 표현처럼 예술이라는 것이 완성이 없는 미완성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미완성은 아직 못 다한 말이 있고, 못 다한 표현이 있어, 들리지 않는 언어와 보이지 않는 형상을 더 채워야 할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는 뜻입니다. 작가가 더 채워야 하지만 더 채울 수 없고, 더 표현해야 하지만 더 표현할 수 없는 그 자리는 어쩌면 인간의 한계를 넘는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기에 미완성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누군가 우리 인생도 예술이라고 했지요. 예술가가 미완성의 작품을 두고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경험합니다. 더 성장하고 더 성숙해지고 싶지만 늘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이 모양으로 주님께 갈지도 모릅니다. 우리 인생을 예술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미완성의 삶을 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고 싶지만 살지 못하고, 이루고 싶지만 이루지 못한 우리 인생의 미완성의 자리는 하느님께서 채워 주실 자리입니다. 약함과 결점, 결핍, 한계를 가진 가장 불완전한 우리를 ‘가장 완전하신 분’께서 채워 주십니다. 못나고 죄스러운 삶을 살아도 여전히 우리 인생이 예술이고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한 처음 ‘흙의 먼지’로 우리를 만드신 말씀이신 그분께서 우리 가운데 오시어 창조 때 그 본래의 완성된 모습으로 채워 주십니다. 우리의 미완성은 그분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완성이 됩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