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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세례자 요한의 탄생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29.
세례자 요한의 탄생

세례자 요한의 탄생

루카복음 1,57-66

 

 

즈카르야가 말문이 막힙니다.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늙은 아내가 아이를 잉태한 것입니다. 복음은 천사가 아들을 잉태할 것이라는 말을 즈카르야가 믿지 않았기 때문에 벙어리가 된 것이라고 전합니다. 신앙의 빛으로 해석하면 천사가 그의 말문을 막았지만, 반대로 인간의 눈으로 이해하면 그야말로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으니 말문이 막힌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의 일을 어떻게 인간의 말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말은 오해만을 불러일으킬 뿐, 침묵의 언어만이 하느님의 일을 대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이루는 표징으로 삼으시려고 즈카르야를 침묵 속에 가두어 두셨고, 즈카르야는 침묵 속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자 즈카르야는 아들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짓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름은 단순히 다른 사람과 구별하려는 호칭 정도가 아닙니다. 어떤 가문의 후예인지를 드러내고 일생 동안 살아야 할 표징이었습니다. 메시아의 오심을 드러내는 표징이 되는 요한이라는 이름을 짓고서야 즈카르야는 입이 열리고 혀가 풀립니다. 하느님의 뜻을 깨닫자 입이 열린 것입니다.

 

살다 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로 어처구니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말문이 막힌다는 것은 침묵하라는 뜻입니다. 온 동네로 자신의 정당함과 억울함을 떠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서 위로를 찾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일수록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하느님 안에서 조용히 해석해야 합니다. 이런 침묵을 하면 반드시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는 결실이 있습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