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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2)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29.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2)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2)

루카복음 1,26-38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우리나라 순교 성지 당고개가 새롭게 단장되었습니다. 그곳 전시실에는 아홉 분의 성인과 ‘하느님의 종’ 최양업 신부님의 어머니이신 이성례 마리아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시된 열 분의 얼굴이 모두가 거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그림의 작가인 심순화 화백은 모든 성인의 얼굴이 비슷한 이유를 하느님 나라에서 구원받은 사람들의 얼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누군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을 보면서 장성한 아들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너무나 앳되고 어리다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성모님의 모성은 늙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마리아가 온전한 믿음으로 응답하고 어머니가 된 순간, 하느님과 하나 되었고 마리아의 그 순간의 모습이 아름다운 영원한 얼굴이 되었던 것입니다.

 

가끔 사람들이 부활 때 우리 얼굴이 어떤 모습이냐고 물을 때가 있습니다. 구원의 얼굴은 육신이 표현하는 것처럼 늙거나 젊거나 잘나거나 못나거나 하는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자신이 삶을 통해 표현해 온 고유한 모습이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운 본연의 얼굴이 되는 것입니다. 마치 화가가 성모님이나 성인을 그릴 때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듯, 우리 안에 가장 진실하고 거룩한 본디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것이 구원의 얼굴이 될 것입니다.

 

성화나 조각가들이 성모님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그리려고 하는 것은 온전한 믿음으로 소명을 다한 마리아의 내면의 얼굴을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일 하느님의 구원의 소명을 온전히 응답하고 살 수 있다면, 우리도 육신의 얼굴이 보여 줄 수 없는 이런 하느님 나라에서 만날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