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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전례상식] (16) 전례주년 :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 거행 ④

by 파스칼바이런 2013. 5. 27.

 

 

(16) 전례주년 :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 거행 ④

 

 

주간축제(Shavuot, Pentecoste)

 

누룩 없는 빵의 축제 뒤에 이어지는 7주간은 ‘(칠) 주간축제’를 거행하는데, 이는 밀을 수확하고 감사하는 축제이다. 이 축제는 누룩 없는 빵의 축제일(보리 수확 시작)로부터 50일째 되는 날(고대의 시간 계산 방법에 따르면 첫날과 마지막날은 언제나 하루로 계산했다.)이어서 뒤에는 이 축제를 오순절(Pentecoste)이라고 했다(토비 2,1 참조). 추수를 하느라고 많은 노동을 한 뒤에 감사의 뜻으로 지내는 이 주간축제는 기쁨의 축제였고, 성전에서 여러 가지 제사를 바친 날이었다(레위 23,15-21). 세월이 흐르면서 이 축제는 시나이 계약과 그 결과로 주어진 십계명을 받은 사건을 기억하는 날이 된다. 그렇게 해서 오순절은 이스라엘의 구세사를 기념하는 축제가 된다.

 

 

초막절(Sukkot)과 율법을 통한 기쁨의 축제(Simkat Torah)

 

순례축일의 세 번째도 그 기원을 보면 농사와 관련된 축제이다. 곧 포도 수확축제로서 초막절이라고 하는 축제이다. 이 축제는 일곱째 달(Tishiri)의 만월에 시작해 이레 동안 계속된다(레위 23,33-36 참조). 이 축제는 수확에 감사하며 지낸 기쁨의 축제이다(신명 16,13-15 참조).

 

이 축제를 지내는 한 주간 동안 이스라엘 사람들은 초막에서 살아야 한다. 제관기 전승은 이러한 관습의 이유를 설명하려고 이 농사축제도 이스라엘의 구세사와 연결시키고자 했다(레위 23,42-43 참조).

 

한편 세월이 흐르면서 생긴 또 다른 관습에 따르면, 왼손엔 체드로 과일을 들고 오른손엔 여러 가지 나뭇가지로 이루어진 이른바 ‘축제 나뭇단’을 들고 흔들면서 즐거워했다. 이러한 관습은 그리스도교 시대 초기에 분명하게 확인된다. 그러나 레위기 23장 40절과 마카베오 후서 10장 6절과 7절은 이러한 관습이 이미 그리스도교 이전에 도입되었음을 추측하게 한다.

 

축제 기간 동안의 기쁨은 7-8세기에 여덟 번째 날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여덟 번째 날을 이른바 ‘마감축제(festa di conclusione)’ 또는 ‘율법을 통한 기쁨의 축제(Simkat Torah)’라고 했다. 이 축제는 율법서 봉독의 연중 주기를 마감하고, 창세기 첫 절부터 다시 시작한다. 율법서의 마지막 절을 봉독하는 이를 “율법의 신랑”이라 하고, 그를 임금처럼 축하해 주었다.

 

 

3. 새해맞이(ROSH HA-SHANAH)

 

이스라엘의 초기 달력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은 티쉬리(Tishiri) 달의 첫날, 곧 가을을 맞는 첫달(primo mese)의 새 달(luna nuova)의 날을 새해 첫날로 지냈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묘사를 후대에 재편집된 부분인 레위기 23장 23절부터 25절과 민수기 29장 1절부터 6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일러라. ‘칠월 초하룻날 너희는 쉬어야 한다. 나팔을 불어 거룩한 모임을 알려야 한다. 너희는 모든 생업에서 손을 떼고 주님께 제물을 살라 바쳐야 한다’”(레위 23,23-25).

 

위에 들은 민수기는 이 축제에 관하여 훨씬 더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두 성서 구절은 이 축제의 이름을 전해주지 않는다. 이 이름은 더 후대에 쓰여진 구약성서 작품들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축제의 기원에 관한 문제는 학자들에게 많은 의문을 갖게 하여 많은 가설을 내놓게 하였다. 현대의 한 히브리 사람은 이 축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나팔 소리가 울리는 날, 금속 나팔이 아니라 쇼파르(shofar), 오늘날에도 회당 전례에서 듣는 숫양의 뿔로 된 나팔이다. 이 뿔나팔을 부는 것은 (하느님께서) 못하게 하신 이사악의 희생과 연결된다. 아들 대신에 숫양을 희생제물로 바쳤다. 숫양의 뿔은 이제 이사악의 대속물이신 하느님을 생각해야 한다. 바빌론 유배생활을 할 때에 이스라엘 백성은 마르둑(Marduk)의 대관(intronizzazione) 축제를 알았다. 이 축제는 바로 새해맞이 축제였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 축제를 야훼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축제로 바꾸었다. (그렇게 해서) 뿔나팔을 부는 날이 새해를 맞는 첫날 축일이 되었다. 이날 전례에서는 심판주이신 하느님의 대관을 기억한다”(Schlom Ben-Chorin, Die Feste des judischen Jahres, in ThPQ 125 (1977) 160s).

 

 

4. 속죄의 날(JOM KIPPUR)

 

속죄의 날은 티쉬리 달 10일, 곧 가을의 첫달(prima 1una)이 뜨는 날에 지냈다. 이날이 그리스도교 이전 유다교의 새로운 축제일의 하나이지만 이날은 세월이 지나면서 더 풍요로운 뜻을 지니게 된다. 이날은 완전히 일에서 손을 떼고 쉬는 날이고 참회의 재를 지키는 날이며 전례 집회의 날이다.

 

레위기 16장은 이날의 예식을 특별히 묘사하고 있다. 이날에, 오직 이날만 대사제는 성전 휘장 안쪽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사제는 자기 집안과 자기 자신의 죄를 벗기기 위하여 어린 황소를 제물로 바쳤다. 그리고 그 피를 계약의 궤 덮개 위에 뿌렸다. 그 다음에 지성소에서 향을 피우는 제사를 드렸다. 이어서 숫염소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를 “백성을 위한 속죄 제물”로 바치고 피를 성전 휘장의 안팎에 뿌렸다. 끝으로 어린 황소와 숫염소의 피로 “지성소와 만남의 장막과 제단의 정화 예식”(레위 16,20)을 했다. ‘아자젤(Azazel, 악마 또는 마귀)을 위한 숫염소’(뒤에는 ‘속죄 숫염소’라고도 했다)라고 하는 나머지 한 마리의 숫염소에게 대사제가 두 손을 얹어 상징적으로 백성의 죄를 씌우고 한 사람을 시켜 광야로 내보냈다. “그 염소는 그들의 죄를 모두 지고 황무지로 나간다”(레위 16,22).

 

‘속죄의 날’은 그리스도 강생 70년에 성전 파괴로 희생제사가 중단된 뒤에도 히브리 축제력에서 중요한 날이었다. 티쉬리 달의 첫날과 10일 사이의 날들은 참회의 날이었다. 속죄의 날 당일은 기도하고 성서를 봉독하며 엄격하게 단식을 지켰다. 그리고 백성은 죄를 거듭거듭 고백하였다.

 

 [경향잡지, 1997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