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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전례상식] (15) 전례주년 :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 거행 ③

by 파스칼바이런 2013. 5. 26.

 

 

(15) 전례주년 :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 거행 ③

 

 

2. 큰 순례축일들

 

예수님 시대의 히브리 축일에는 ‘순례축일’이라는 축일들이 있었는데, 이때에는 열두 살이 넘은 모든 히브라인은 해마다 그러한 축일 가운데 적어도 한 번은 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를 가야 했다. 이 축일들은 본래 목축이나 농사, 봄과 추수와 관련된 축제였으나, 후대에 히브리 구원사의 특정한 사건들의 기억과 연결되어 신학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파스카 축일(Pesak)과 누룩없는 빵의 축일(Mazzot)

 

본래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진 두 축제가 후대에 가서 모두 봄의 첫 만월에 있다는 이유에서 쉽게 하나의 축제가 되었다. ‘파스카 축제’는 봄에 어린 숫양을 제물로 바치고, 악령의 기운을 몰아내고자 천막 기둥에 그양의 피를 뿌리고, 불에 구운 고기를 먹는 유목민의 축제였다.

 

누룩없는 빵의 축제는 농부들이 보리의 첫 수확을 하느님께 바치고, 새 수확에서 ‘새 누룩’을 얻을 때까지 7일 동안 누룩 안 넣은 빵을 먹던 관습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스라엘이 에집트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에서는 두 개의 축제가 한 번에 거행되고, 종살이에서 해방되었음을 확인하는 표지가 되었다(출애 12,1-28 참조). 이처럼 두 개의 축제가 에집트 탈출 사건과 연결되면서 해마다 거행해야 하는 단 하나의 기념축제가 되었다(출애 13,8-10 참조).

 

바빌론 유배 다음에는 이 파스카 만찬이 뚜렷하게 의식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 만찬은 네 차례의 잔을 올리는 예식으로 틀을 갖추었다. 2세기에 고정된 구전 전승에 따르면 파스카 만찬은 다음과 같은 예식으로 행해졌다. 예수님께서도 마지막 만찬을 나누실 때 이렇게 하셨다. “포도주와 물을 첫 잔에 채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어른이 그 잔에 두 가지 양식의 축복을 한다. … 그런 다음 첫 잔을 마신다. 이어서 누룩 안 든 빵과 쓴 풀이 식탁에 차려진다. 가장이 손을 씻고 감사의 기도를 바친 다음 그것들을 맛보고 나서 참석자들에게 돌린다. 그때 불에 구운 어린 양을 식탁으로 가져온다. 포도주로 두 번째 잔을 채우고 이 식사의 뜻과 예식의 상징성을 에집트 탈출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나면 할렐의 첫 부분(시편 112와 113의 전반부)을 노래한다. 다시 한번 손을 씻고 찬미기도를 바치고 나서 쓴 풀과 카로세트(karoseth = 여러 가지 과일을 섞어놓은 것)에 적신 누룩 안 든 빵과 함께 파스카 양을 먹는다. … 그러고 나면 ‘축복의 잔’(1고린 10,16)이라고 하는 세 번째 잔이 이어진다. 이 잔을 축복의 잔이라고 한 것은 이때 이 식사에 대한 감사가 따랐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 네 번째 잔을 들고 할렐의 두 번째 부분(시편 113 후반부-117)을 노래하였다.” 여기에서 메시아를 통한 이스라엘의 재건을 바라는 그들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히브리 사람들은 특히 바빌론 유배 뒤에 이루어진 개혁 시기 뒤에 이 파스카 축제를 지내면서 매우 오랫동안 계속된 구원의 사건들을 역사적으로 기억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구원하시는 행위의 직접적인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이로써 그들은 에집트를 탈출하던 때의 그들의 조상들이 행했던 종교의식을 의무로 받아들였다. 이것은 오늘날 그들이 행하는 파스카 축제의 의식 안에 분명히 드러난다. 이 예식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시대에 누구나 자기 자신을 에집트에서 직접 탈출해 나온 사람으로 여겨야 한다. … 거룩하신 분, 찬미받으소서. 거룩하신 분께서는 우리의 조상들만을 해방시키신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우리 자신도 해방시키셨습니다”(The Haggadah of Passover, New York 1955, 31).

 

 [경향잡지, 1997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