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의 삼박자
미사는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의 탁월한 문화적 표현으로 그 구조 자체가 공동체를 위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공동체로 모이고, 공동체로 축성되며, 공동체 안에서 나누고 다시 새로운 공동체를 향하여 파견되는 세 부분으로 미사가 거행된다.
전례학적으로는 물론 미사의 두 축은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이며 그 앞뒤에 개회식(환영식)과 폐회식이 있어 크게는 두 부분, 작게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사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우리는 공동체 실천의 관심에서부터 미사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른바 미사의 삼박자 속에서 공동체 실천의 과정 및 그 내적 구조를 유기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첫 박자는 하느님 백성으로 모여 와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말씀을 나누며, 함께 하느님께 기도하는 단계로서 모임과 대화의 과정이다. 개회식과 말씀의 전례 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박자는 하느님 백성이 스스로를 하느님께 봉헌하여 바야흐로 그리스도의 몸으로 축성되는 단계로서 봉헌과 축성의 과정이다. 성찬례의 앞 부분에 해당한다.
세째 박자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축성된 공동체가 서로 나누고 새로운 공동체를 향하여 파견되는 단계로서 성찬례의 뒷 부분(성찬식)과 폐회식에 해당한다. 신앙 공동체의 자기표현인 미사는 공동체의 성숙과정에 정확하게 상응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 자체가 공동체의 내적 구조를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다.
교회라고 부르는 이 신앙 공동체의 중심은 성체이다. 성체가 바로 신앙 공동체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다. 미사는 성체의 신비와 그로인한 공동체의 신비를 신앙의 단계에 정확히 부합시켜 전체적으로 그리스도의 신비를 세상에 드러내는 1차적인 신앙의 장인 것이다. 성체와 교회의 내적연관성이 미사의 삼박자로 표현되고 있다.
십자가상의 제사를 재현하는 미사에서 성체의 신비가 이루어지고 -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만, 시작되고 - 바로 그런 의미에서 미사가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간주한다면 이 말씀은 하나의 문화적 표현 양식인 미사에 있어서 내적 운율(리듬)과 내적 박자를 갖추고 있다고 볼수도 있는 것이다.
박자라 함은 하느님 말씀의 메시지라고 하는 음이 공동체라고 하는 곡조로 표현되는 데 있어 기본적인 시간적 단위를 말한다. 공동체 실천의 관점에서 볼 때 미사라는 하느님 말씀은 모임 - 축성 - 파견의 삼박자로 우리에게 들려온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삼박자는 자연스럽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내적 구조에서 부합한다. 삼박자는 [하느님 백성으로 모임 - 그리스도의 몸으로 축성됨 - 성령의 피조물로 파견됨] 이기 때문이다.
미사의 첫 박자는 하느님 백성의 사회적 위상을 설정한다. 예수의 공동체 실천을 추종한 공동체 형성의 혁명성이 이 첫 박자에 나타난다. 어떤 이들이 하느님 백성으로 선택되는가? 누가 하느님 구원 계획은 예수의 공동체 실천에서 드러났듯이 사람들의 생각을 혁명적이리만큼 앞지르고 있다.
역사상의 교회 역시 그 사회적 처지와 위상에 있어 심한 변천을 겪어오면서 종종 하느님의 자유로운 초월을 뼈아프게 체험하곤 하였다. 하느님은 역사상의 교회에 의해 장악 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하느님은 하느님이시고 사람은 사람인 것이다.
교회에 모인 우리들이야말로 사실은 그 사회적 위상에 있어 하느님의 초 월성과 혁명성을 민감하게 감지해야 할 처지에 불리워져 있다. 바티칸 제2차 공의회 이후 이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세 단계로 변천해 왔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를 거쳐 가난한 이들의 교회여야 한다는 자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각 지역 교회는 이 와중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회 자의식의 변화는 어디까지나 역사상의 예수와 복음의 재발견에 힘입은 것으로서 단순한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른 대응을 넘어서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이려고 하는 한 예수와 그의 복음이 그 안에서 어김없이 실천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상 현대의 교회만이 당면한 문제가 아니다. 역사상의 어느 교회도 직면했던 문제였고 더우기 초기 교회의 상황은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심각했었음을 우리는 신약성서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예수와 그 제자들의 공동체 실천을 전하는 복음서를 역시 4복음서간에 일정한 단계적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사의 둘째 박자는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의 고유성을 표현한다. 첫 박자가 이스라엘의 출애급 혁명을 배경으로 삼고 있음에 비해 둘째 박자는 이를 넘어서서 새로운 탈출기, 즉 영적 해방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사는 구약의 파스카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이를 질적으로 능가하는 새로운 파스카 잔치이다. 이러한 고유 성격이 둘째 박자에서 하느니 백성이 그리스도의 몸으로 축성됨으로써 나타난다. 여기에 공동체의 신비성이 자리잡고 있다.
하느님 백성이 자기를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예수를 추종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의 신비를 역사 속에 재현하는 가운데 바로 이 십자가의 신비에서 나오는 하느님의 구원능력으로 말미암아 사회적인 의미에서 악의 세력으로부터 분리되고 해방된 하느님 백성이 비로소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그의 몸으로 축성되는 것이다.
이 거룩한 변화의 영적인 과정이 성체의 신비에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이 함축적인 의미를 초대 교회는 세 가지로 이해하였다.
첫째, 눈에 보이게 이 지상에 살아계셨던 그리스도의 몸. 둘째, 미사에서 제병이 축성되어 성사적인 형태로 살아계시는 그리스도의 현존. 세째,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로서의 그리스도의 몸. 역사의 예수 안에 이루어진 구원의 신비가 미사의 성찬례,
즉 둘째 박자에서 재현되어 그 재현의 성사적인 능력으로써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축성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축성된 백성은 부활하신 주님의 능력에 힘입어 영적인 공동체로서 믿는 이들의 통공을 시, 공을넘어서까지 우리게 되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는 이유와 근거는 여기에 있다.
교회라고 부르는 신앙 공동체는 그저 육신들의 집합이 아니며 하느님 나라를 오게 하는 십자가의 힘에 의하여 어떠한 사회조직과도 질적으로 구분되는 계시적인 삶의 양식인 것이다.
그러나 초대 교회의 통찰에 의지하여 볼 때도 이는 믿는 이들의 믿음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조의 주술이 아니라 성사적인 변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느님 백성이 그리스도의 몸으로 축성되는 그 원천은 예수의 십자가이지만, 그 완성은 예수를 추종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소명과 희망과 실천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미사의 세째 박자는 그리스도의 창조적 전망을 보여준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령에 의한 피조물이다. 성령의 피조물인 교회는 나눔의 삶으로써 그 공동체성을 탁월하게 성취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부르시는 사람들을 하느님 백성으로 모아 들이기 위하여 세상에로 파견됨으로써 비로소 공동체로서의 활력을 얻는다.
주님의 기도와 평화의 기도 그리고 영성체에서 이루어지는 나눔의 성사(성찬식)는 미사의 핵심이자 둘째 박자인 거룩한 변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공동체의 신비를 성체의 신비 안에서 탁월한 양식으로 표현한다. 주님의 기도와 평화의 기도 그리고 영성체는 특별히 공동체를 지향하며 전제하고 완성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눔에 이어지는 파견은 복음 능력으로써, 복음의 완성을 향하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복음의 사도로서 복음적 진리를 증거하고 실험하는 것이다. 파견은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상의 죄에서 해방시켜 당신의 백성으로 부르시는 사람들을 모으기 위하여 행하는 것이며, 또한 이들 하느님 백성을 그리스도의 몸으로 축성하심으로써 신앙의 공동체로 창조하시는 전망 아래 펼쳐지는 성령의 역동적인 영역이다. 그리하여 이 나눔과 파견의 세째 박자에서는 하느님 백성이 영적, 공동체적으로 변화된 그리스도의 몸이 그 사회적 위상을 달리하여 역동적으로 창조의 전망 하에서 성령의 피조물로서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요컨대 미사의 삼박자는 신앙 공동체를 위한 내적 구조로서 모임과 축성 및 파견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세상에서 부르심 받은 이들이 하느님 백성으로 모여 와서 그 말씀을 듣고 기도를 올리며, 이 하느님 백성이 되어 그리스도의 몸으로 축성되고, 이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나눔이 실현되어 나눔을 위한 파견이 이룩되는 공동체의 성장 과정이 미사의 삼박자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사는 교회의 자기표현이라고 불리우는 바, 각 단계 또는 각 요소에 해당하는 교회의 속성을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그리고 성령의 피조물이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사의 이러한 내적 연관성은 우리의 공동체 실천에 관한 영성적 지혜를 일깨워주고 있다.
즉 우리는 미사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축성되며,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의 말씀으로서 세상에 파견된다. 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통하여 세상을 언제나 세롭게 창조하시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바와 같이 하느님의 말씀은 창조의 능력을 지닌 말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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