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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경애 시인 / 장마 - 62병동

by 파스칼바이런 2019. 2. 27.

장마

- 62병동

권경애 시인

 

 

온몸이 무릎인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무릎으로 말한다 무릎밖에 모르는 입으로 무릎의 말을 하고 무릎의 아픔을 무릅쓰고 일어서고 싶은 마음이 주룩주룩 무릎으로 내려온다

 

온몸이 무릎인 사람들의 곁에는 늘 온몸이 손인 사람이 머물며 무릎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퍼내기도 한다 가끔 온몸이 발인 사람들도 드나들며 무릎의 이마를 짚어보고 창 없는 무릎의 창을 내다보기도 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

 

길고 긴 우기의 터널

 

끝이 안 보인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권경애 시인

2000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누군가 나를』, 『러브 버그』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