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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나고음 시인 / 상강 이후

by 파스칼바이런 2019. 2. 27.

상강 이후

나고음 시인

 

 

          서리 맞아 달고 부드러운 대봉감이 당도한 날

          온 집에 불을 켠 것 같았다

           

          한 알 한 알

          햇볕에 잘 익기를 기다리며

          거실 장 위에 두 줄로 세워 놓고

          4박5일, 그 많은 불들을 끄지도 않고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빈 집에 감들의 온기가 가득하다

           

          심줄 박힌 단단하던 속내가 여리게 되면서

          껍질에 없던 얼룩이 자리 잡기도 하고

          군살이 빠졌는지 조금은 홀쪽해지면서

          주황색 감이 진홍 감으로 숙성되어 있다

           

          부글부글 부어서 떫은 채 나갔다가

          조금은 삭고 물러져

          욕심도 군살도 빠진

          여행에서 돌아 온 나의 모습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나고음 시인

경남 마산에서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졸업. 2002 《미네르바》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불꽃가마』『저, 끌림』과  미술저서 『유아미술교육학』, 『마음을 여는 미술활동』공저와 에세이 『26&62』, 동시 『사이사이 동시집』 편저가 있음. 2015년 서울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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