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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미정 시인 / 안개주의보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1.

김미정 시인 / 안개주의보

 

 

나뭇잎 모양의 슬픔이 자라는 동안 햇살은 무엇을 했나.

아득하고 멀어서 빛나는

 

안개정원으로 간다. 창을 열고 눈동자를 어루만지며 간다. 가로등을 지나 언젠가는 당신이 보낸 먹구름을 타고 간다. 투명한 꽃들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마주 오는 사람들은 젖은 심장을 안고 지나간다.

 

벗어도 벗겨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

만지면 이내 사라지는

 

무너지는 꽃들이 환하게 피어나는

당신이란 이름의 안개.

 

녹아버린 계단이 되었다가 축축한 발목이 되었다가 찢어진 꽃잎이 되고 다시 사라진 문장이 되지.

 

안개 속에서 안개의 비밀이 되어볼까.

입술 위에 손가락을 얹고 사라져

 

잠들지 않은

꽃잎 하나 건너와 안개를 통과하는 중이다.

 

계간 『포에트리』 2017년 가을호 발표

 


 

김미정 시인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2009년 《시와 세계》 여름호 평론 당선. 시집으로 『하드와 아이스크림』(시와세계, 2012)이 있음. 2012년 제3회 시와세계작품상 수상.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