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정 시인 / 안개주의보
나뭇잎 모양의 슬픔이 자라는 동안 햇살은 무엇을 했나. 아득하고 멀어서 빛나는
안개정원으로 간다. 창을 열고 눈동자를 어루만지며 간다. 가로등을 지나 언젠가는 당신이 보낸 먹구름을 타고 간다. 투명한 꽃들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마주 오는 사람들은 젖은 심장을 안고 지나간다.
벗어도 벗겨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 만지면 이내 사라지는
무너지는 꽃들이 환하게 피어나는 당신이란 이름의 안개.
녹아버린 계단이 되었다가 축축한 발목이 되었다가 찢어진 꽃잎이 되고 다시 사라진 문장이 되지.
안개 속에서 안개의 비밀이 되어볼까. 입술 위에 손가락을 얹고 사라져
잠들지 않은 꽃잎 하나 건너와 안개를 통과하는 중이다.
계간 『포에트리』 2017년 가을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상미 시인 /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0) | 2019.05.11 |
|---|---|
| 오현정 시인 / 순결하다는 것 (0) | 2019.05.11 |
| 김상미 시인 / 너의 장례식장에서 (0) | 2019.05.11 |
| 김성대 시인 / 아비 규환 (0) | 2019.05.11 |
| 김백겸 시인 / 기상예보 (0) | 2019.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