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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시인 / 기상예보
하늘 흐리고 안개 긴 숲에 우울이 내려와 있음 구름에 갇힌 빛살들 허공에 날개 자국을 긋고 가는 멧새 모두 표정을 남기고 있지 아니함 길 잃은 고아처럼 서서 플라타너스는 적막을 날리고 풀씨로 흩어진 슬픔은 北北東에서 北北西로 방향을 바꿈 폐부로 흘러드는 저기압의 음모 백마일 밖 한랭전선은 풀잎들의 잠 뿌리뽑을 폭풍을 몰고 오는 중임
지금은 모든 사랑이 위험함 외투를 걸친 우리의 꿈 방독면을 쓴 채 큰길로만 다님 골목마다 비수를 품고 매복한 어둠 시간들의 휘파람이 대꼬챙이로 눈 찔러 오는 저녁 지금은 모든 생각이 위험함 문 닫고 굳게 빗장을 지른 거리의 불빛들 창 틈을 엿보는 소문과 함께 얼굴 까맣게 죽는 지금은 모든 그리움이 위험함
찬비가 내림 우산을 들고 사람들은 사람을 비껴감 낯선 총을 맨 겨울의 척후병이 요소요소 서 있고 바이칼 호수를 지나 시베리아 삼림을 막 빠져나온 러시아의 절망도 보임 공중엔 바람의 채찍 가득해 두려움에 야윈 裸木들의 어깨 더욱 가늘고 겨울잠에 젖어 봄날을 꿈꾸는 개나리 새 눈만이 소롯이 숨결에 싸여 있는 한 개피 성냥으로 남겨논 최후의 불꽃임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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