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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시인 /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한때 나는 미치고 싶어 미치도록 사랑했네. 미친 여자들과 미친 남자들. 그들이 쓴 시를 읽고 그들이 쓴 소설을 읽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불렀네. 캄캄한 밤이 오면 캄캄한 마음으로 밝은 한낮이 오면 뜨거운 태양 아래 바짝 달아오른 모래처럼 그들의 미친 삶이 그려진 지도를 베끼고 또 베꼈네. 미치고 싶어 미치고 싶어 나도 그들처럼 미치고 싶어 내 삶을 버리고 나를 이 세상에 떠도는 황홀한 유령으로 만들고 싶었네. 모방과 로비와 담합과 결탁으로 얼룩진 뒷소문만 무성한 이 나라 검은 숲을 벗어나 아주 멀리 멀리로 달아나고 싶었네. 끝없는 집착, 지옥 같은 광란의 사랑이 끝날 때마다 핏빛으로 굴절된 내면의 나침반이 산산이 부서져 뜨겁게 흩날리는 미친 여자들과 미친 남자들. 그들을 따라 나도 이 세상에서 아주 잊혀지고 싶었네. 남김없이 버림받고 싶었네. 활활 타오르는 자유시가 되고 싶었네. 미치고 미친 그들처럼 李白의 달을 탐하고 베르길리우스의 달을 탐하고 로르카, 랭보, 베를렌, 에드거 앨런 포의 달을 탐하고 미친 꽃나무를 삼키고도 환하게 웃음 짓는 李箱의 달을 탐하고 싶었네. 하염없이 탐하고만 싶었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가장 비루하고 슬픈 세계의 그림자가 되고 싶었네. 미치고 미치도록 아주 캄캄하고 아주 불순한.
계간 『열린시학』, 2018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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