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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달자 시인 / 심장이여! 너는 노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1.

신달자 시인 / 심장이여! 너는 노을

 

 

저녁이 노을을 데리고 왔다

환희에 가까운 심장이 짜릿한 불안과 엉겨

느릿한 춤사위로 왔다

 

나는 그와 함께 밤을 보낸 적이 없다

 

닿을 듯 말듯 불같은 입술로 내 가슴께로

왔다 가 버리는 겁쟁이다

 

나는 심장이 없는 사람

그렇게 고요한 사람

그런 내게 눈으로만 마구 불질러 놓고

손도 한번 안 잡은 것을

이런 관계를 ..

시적 비유로는

찰나의 내부 안으로 깊이 드나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내 느낌은 처형.

 

그렇지 않고서 그렇게 통곡처럼 붉었겠는가

위로도 아니면서 너 때문에 나는 늘 슬프고

슬픔으로 아무것도 없는 추억을 고문한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정 내가 그 불꽃을 몸에 감겠다면

잠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립스틱 열 통이 다 닳도록

내 방 벽을 모조리 붉게 칠한다면..

 

노을, 너는 내 심장이 될 수 있을까.

 

계간 『시와 표현』 2019년 3~4월호 발표

 

 


 


신달자 시인 / 간절함

 

 

그 무엇하나에 간절할 때는

등뼈에서 피리소리가 난다

 

열손가락 열 발가락 끝에

푸른 불꽃이 어른거린다

 

두 손과 손 사이에

깊은 동굴이 열리고

머리위로

빛의 통로가 열리며

신의 소리가 내려온다

 

바위 속 견고한 침묵이

온기 피어 오르며

자잘한 입들이 오물거리고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허리를 굽히며

제 발등에 입을 맙춘다

 

엎드려도 서 있어도

몸의 형태는 스러지고 없다

 

오직 간절함 그 안으로 동이 터 오른다

 

계간 『시인시대』 2018년 겨울호 발표

 

 


 

신달자(愼達子, 1943~ ) 시인

경남 거창에서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국문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1972년 《현대문학》을 통해 박목월의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봉헌문자』, 『겨울축제』, 『모순의 방』, 『시간과의 동행』, 『아버지의 빛』, 『아가』, 『아버지의 빛』 등과  장편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 외에 산문집 『백치애인』,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등이 있음. 1964년 여상 신인여류문학상, 1989년 대한민국문학상, 1998년 '향문화대상, 2001년 시와 시학상, 2004년 시인협회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