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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금시아 시인 / 죽은 사람을 나누어 가졌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4.

금시아 시인 / 죽은 사람을 나누어 가졌다

 

 

    한 사람을 묻고 우리는

    여러 명의 동명을 나누어 가진다.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데, 그러나

     

    그러나 어떤 이는 벚꽃들이 동행하고, 누구는 첫눈 가마를 타고 가고

    흰나비 떼 날거나, 무지개다리를 놓거나, 동백꽃들 뚝뚝 자절하거나, 은행잎들 노란 융단을 펼치거나

     

    장대비 속에서 한 사람을 묻는다.

     

    장례를 마친 사람들,

    장대비에게 악수를 건네고 죽은 사람의

    입주를 부탁한다.

     

    죽은 사람은 저를 가져간 사람 속에서

    모르는 사람인 듯 숨도 없고

    무서움도 없이 거처하다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슬어놓은 망각 속에서 흙이 될 것이다.

     

    장대비에 한 사람, 눅눅해진다.

     

    문득, 마음을 뒤집어보면 계절 지난 호주머니에 잘 접혀있는 지폐처럼

    뜻밖에 펼쳐지는 사람,

     

    꽃 한 송이 놓인 무덤들

    빵 굽는 냄새처럼 산 사람들 속에 여럿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5월호 발표

 


 

금시아 시인

1961년 광주에서 출생. 2014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 시집으로 『툭,의 녹취록』(시와표현, 2015)가 있음. 제3회 여성조선문학상 대상, 제17회 김유정기억하기전국공모전 ‘시’ 대상, 제14회 춘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