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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구재기 시인 / 황홀한 군무(群舞)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4.

구재기 시인 / 황홀한 군무(群舞)

 

 

  참새가 떼 지어 놀던 자리

  무사히 떨어져 있는 깃털을 본다.

  그토록 많이 떨어뜨리고

  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어떻게 날아다닐 수 있었을까.

  은은한 향기까지 내뿜는

  빛깔 고운 꽃이 다발을 이루듯

  참새들이 벗어놓은 깃털이

  가장 외지고 낮은 자리

  담장 밑 구석에 몰려

  바람에 실어 휘날리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세상으로 떠돌고 떠돌다가

  마침내 제 집으로 깃든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 모양새,

  온갖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텅 비어 있는

  저 깃털들의 황홀한 군무(群舞)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구재기 시인

충남 서천에서 출생. 충남대학 교육대학원 졸업.  1978년 《현대시학》에서 시부문 추천 완료(전봉건 시인 추천)로 등단. 시집으로 『농업시편』, 『바람꽃』, 『아직도 머언 사람아』, 『삼 십리 둑길』, 『둑길行』, 『 빈손으로 부는 바람』, 『들녘에 부는 바람』, 『정말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 속의 날 지우는 일이다』, 『겨울은 옷을 벗지 않는다』, 『콩밭 빈 자리』, 『千房山체 오르다가』, 『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강물』 등이 있고  제 2회 충남문학상, 충청남도 문화상 문학부문, 제6회 시예술상 수상. 충남시인협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