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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진 시인 / 각자의 애인
죽음도 때론 삶과 연애를 하느라 종일 두근거린다. 죽음이 이토록 화창하다면 비는 늑골에서 내리고 창문은 제 얼굴을 잊을 것이다.
도무지 해답을 모를 때 우리는 각자의 애인을 부장품처럼 몰래 만져본다.
개들도 사람의 탈을 쓰고 외로움에 골몰하고 나무들도 땅속에 얼굴을 묻고 길을 구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갔기 때문에 화창하지만 오늘의 날씨는 풍속도 풍향도 알 길이 없다. 애인의 손가락에 걸린 반지가 입을 모아 우리의 텅 빈 척추를 칭송한다.
먹구름은 어떤 과오도 지우지 못하는 걸레 같고 나는 미납된 고지서처럼 열 번도 넘게 이사를 했다. 이사할 때마다 구인광고를 냈다. 애인 구함, 묻기 전엔 말하지 말 것, 물어도 답하지 말 것. 책임과 연민으로도 이 중증의 쓸쓸함을 부양했다.
빗방울이 화분에 대고 독촉한다. 꽃 피우지 말 것, 희망을 구걸하지 말 것.
각자의 죽음을 각자가 돌본다는 것이 눈부시다.
곧 와 줄 것만 같은 내일의 애인을 기다리며 연서의 마침표를 찍는다, 아아, 애인아 가엾어라.
월간 『월간문학』 2017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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