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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정영 시인 / 페이스오프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5.

문정영 시인 / 페이스오프

 

 

잠든 사랑은 독백이야, 붉은 꽃에 나를 맡기고 싶지 않아

 

꽃은 바람 없는 시간에 얼굴을 바꾸지

 

내 안에 모르는 내가 오래 서 있지

 

꽃 진 꽃의 얼굴은 달라 보여서

 

처음 보는 듯 입술이 대신 붉어지지

 

시간을 비워둘게, 잠들지 않은 눈을 찾을게

 

몇 장의 몸이 희어졌어, 치모가 보일 듯 스치고

 

가슴에 또 다른 눈이 생겨나지

 

볼 수 없는 곳에서 겨울은 피고 있어

 

울음은 잠들지 않아, 눈뜨면 얼굴이 바뀌지

 

그런 날 초침 없는 저녁이 낯선 눈매와 마주앉아 있지

 

바람에 흔들려도, 캄캄한 것들은 사라지지 않아

 

사랑이 달아나기 전 얼굴에 울음을 가두어야겠어

 

반년간 『포에트리 슬램』 2019년 상반기호 발표

 

 


 

문정영 시인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낯선 금요일』, 『잉크』, 『그만큼』 등이 있음. 시산맥 발행인, 윤동주 서시 문학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