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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제김영 시인 / 파이디아 3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5.

김제김영 시인 / 파이디아 3

ㅡ 대성당

 

 

두 손 사이에 고인 눈물이 바삭바삭하네요 하수구를 뒤지던 내 손과 유리창을 닦던 당신의 손 사이 불화가 익어 고소하네요

 

주먹을 꽉 쥔 내가 활짝 펴서 흔드는 당신의 손바닥에 휘청거려요 어둠이 깃을 접고 있어요

 

되돌아와 읽던 문장에서 차가운 활자를 꺼내들었어요 왜 용서를 해야 하는지, 왜 용서하고 싶은지도 잊었어요 오른손 엄지와 네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쥐고 당신에게 갑니다

 

푸념 앞에 움츠렸던 발자국을 불러 모읍니다 호주머니 속에 숨어있던 손으로 태초의 아침을 가만가만 오므립니다 미세한 흔들림에도 미모사 꽃잎처럼 닫혀버리는 심장을 조심조심 모시고 당신에게 갑니다 왜 어둠끼리는 가까울수록 더 환해지죠?

 

세상은 같은 문장을 다른 의미로 읽어주지요. 행간의 흐름을 좋아하는 당신, 멈춤을 유념하는 나, 빛나는 그늘을 서로에게 보태볼까요

 

* paidia :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이는 아이들의 난장판 같은 놀이, 소란스럽고 즉흥적인 놀이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김제김영 시인

1958년 전북 김제에서 출생. 1996년 시집 『눈 감아서 환한 세상』으로 작품 활동. 저서로는 시집으로 『다시 길눈 뜨다』, 『나비편지』와 산문집 『뜬돌로 사는 일』, 『쥐코밥상』, 『잘가요, 어리광』이 있음.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전북시인협회장, 김제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