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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시인 / 비누들의 페이지
눈물이 나는 건 슬픈 시를 쓰는 건 모두 비누 때문이지. 소량의 물에도 사라지는 거품이 그리는 그림 불행한 불확실성 때문이지.
어째서 거품이 일어나지 않나? 그 해 논문 두 편에 대해서도 두 번째 아이를 지우는 것에 대해서도 가능하지도 결코 불가능하지도 않았던 빡빡한 영혼으로 누구를 사랑한 적 있다. 끊어진 계단 위험한 끝 무릎을 다치며 귀뚜라미 두 마리처럼 유리문에 숨을 불고 작은 소리를 내다 죽는 일이었다. 나를 모르는 자와 그를 모르는 내가 비누의 페이지로 가서 거품으로 말을 나누고 장롱 깊은 곳에 그 말들을 넣어 두었지만 말 조차 깊은 비누였던 것.
깊은 서랍을 열고 쓸데 없이 남은 것들 사이에서 분홍 비누 한 조각을 찾아냈다. 지금은 어떤 거품을 만들지 고민하지 않는다.
얼마나 달렸을까. 어떤 후회스러운 청춘이 지나간 미끄러운 길로 한 불확실한 거품이 일어날 때 겨울이 오고 끝 없이 폭설이 내리고 거짓말처럼 나의 모든 비누들은 눈 속에 잠들었다.
월간 『현대시』 2019년 2월호 발표
최문자 시인 / 밤의 경험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을 했다.
나만 어머니가 맞춰온 생나무 의자에 앉았다. 크고 단단한 나 보다 밝은 내가 푹푹 빠지던 의자, 나만 다르다는 다발성의 고독과 날마다 나오는 이상한 자세를 고치며 반듯한 것이 나의 의자가 될 때까지 나와 의자는 어머니가 가고 싶었던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반듯한 책상 앞에 앉으려고 사라지고 만나고 결국은 어두웠다. 의자에서 깨어날수록 더 어두웠다. 나는 얼마만큼의 어둠이 더 필요했을가? 금속성 지퍼가 주욱 잠기며 만드는 안 쪽의 어둠처럼 불편함의 목록을 써서 벽에 붙여 놓아도 아무렇지 않은 어둠의 얼굴들이 필요했다. 사람이 자기 의자로부터 사라지는데 드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가? 다리뼈가 부러지는 생각을 견디는 의자들. 숨이 멎어도 산 척 하는 의자들. 뒤 따라오는 모르는 자들의 의자와 섞이는 데 밤 산책 길, 한 줌 죽음을 견디는 풀잎처럼 작은 힘으로 오래 걸렸다.
그 때의 의자.
나무들의 눈물로 만들고 울지도 못하게 하던 파고 파고 또 파도 내놓지 않던 어머니의 숨은 흙.
죽음은 의자도 없이 굳건해지고 나는 의자에서 자꾸 흙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월간 『현대문학』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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