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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서영 시인 / 시계 수리공의 장례식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5.

박서영 시인 / 시계 수리공의 장례식

 

 

        모든 죽음은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남은 사람들은 시계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흰 벽에 걸린 시계가 물고기처럼 가고 있다.

        저 부드러운 지느러미.

        한 번도 만진 적 없어서 아름다운 지느러미.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더 아름다운 지느러미.

        나는 시계 속의 무량한 구멍으로 당신을 느낀다.

         

        장례식에서도 시간의 주유소는 번창하고 있다.

        울음을 뒤덮고 남은 웃음으로 지폐를 세는 손.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뻔뻔함으로

        시계를 본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국밥 한 그릇씩 앞에 놓고

        심각하게 앉아있는 시간의 덩어리들.

         

        당신은 두려운 이미지만 남긴 채 웃고 있구나.

        평생 시계 속의 파닥거림에 몰두한 당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고단함으로

        몸 안의 건전지를 갈아끼운다.

         

        심장을 너무 많이 찌른 바늘이

        마음의 귀신을 파묻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다.

 

계간 『경남문학』 2016년 여름호 발표

 


 

박서영[1968 ~ 2018. 2. 3] 시인

1968년 경남 고성에서 출생.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천년의시작, 2006)과 『좋은 구름』(실천문학사, 2014)이 있음. 제3회 고양행주문학상 수상. 2018년 2월 지병으로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