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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섭 시인 / 살색 스웨터 뜨는 여자
옷을 벗은 그녀가 색 다른 색을 끼워보고 뜨개질에 푹 빠져 있다
알 수 없는 깊이와 크기를 잴 때 터지는 보조개는 햇살 우울한 아픔도 슬픔도 통증을 재우고 날아가지 곁에 없는 그 사람 품은 몇 코더라 재고 또 재고
어느 날 잠 못 이루고 창을 열었다 밤하늘 촘촘히 박혀 있는 색들이 색을 데리고 갔어
무슨 색을 좋아해 길에서 얼핏 본 어둡지 않고 눈에 뜨이지 않는 색
청계를 돌아다니다 조용히 흐느끼는 물소리를 들었어 물소리엔 눈물이 섞여 있어 살 냄새가 나지 물속에 비치는 얼굴 두 손으로 뜨면 주르륵 흘러내리는 그 사람
심장이 먼저 뛰어가 고동쳤어 오랜만에 맡아보는 살색 향기 쿵쿵거리며 몇 년 아니 수십 번의 겨울이 지나가야 겨우 떠질까
푹신 거리는 소파에 앉아 구름 깊숙이 스미는 어둔 방에서 혹은 멀리 떠나 초록이 보이는 바다 베란다 문 활짝 열고 그 사람 목은 몇 코더라 재고 또 재고
바람으로 짜는 색다른 뜨개질에 연방 터지는 보조개가 햇살 번지는 스웨터를 골똘히 뜨고 있다 아직도 체온이 만져지는 살색 스웨터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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