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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숙 시인 / 팔을 베고 잠들다
내 팔을 내가 베고 자는 잠 손 없는 잠, 손을 쓰지 않는 잠을 다녀오겠다는 뜻이다
기승전결도 없다 미나리꽝 속으로 스며드는 뱀처럼 차갑고 눅눅하다 주차한 곳이 생각나지 않아 종착과 출발을 동시에 잃어버리고 찾아 헤매는 꿈, 이 꿈을 밟으며 누군가가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떠나간다면 내 얼굴에 꽃잎이 뭉개지기라도 한다면 모로 누운 등은 또 얼마나 쓸쓸한 바깥이 될까
헛꿈을 휘젓던 두 손 가위눌림이 가득 들어 있던 그 팔 머리카락이 팔목을 휘감고 눌린 귀의 말을 귓속말로 듣는 팔목 팔의 정맥을 따라 귓속의 말은 파랗게, 파랗게 돈다 가까운 화단에서 흰 모란이 피는 소리 손등으로 듣는다 비유와 상징만으로 구성된 시간과 공간, 사물과 인물들이 투덜투덜 빗소리를 타고 창문에 튀어 오른다
어둠 속에서만 살아 발바닥이 없는 꿈 어디에 안착할지 모르는 꿈의 뒤꿈치, 거칠거칠 하다
머리맡에 걸어 둔 빗방울 같은 하루를 조심스레 디뎌본다
격월간 『시와 표현』 2019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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