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남희 시인 / 죽은 새를 바라보는 여름
내 앞에 죽은 새가 하나 놓여있다. 나는 여름이다. 죽은 새를 바라보고 있다. 내 눈은 뜨겁고도 불온하다. 수시로 부패를 꿈꾼다. 썩기 위해, 썩어서 냄새의 날개를 펼치기 위해, 썩은 냄새로 날개가 버린 공중에게 새롭게 말을 걸기 위해, 썩은 냄새로 말하기 위해, 개미처럼 들끓는 말의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내 몸은 점점 뜨거워진다.
죽은 새가 꿈틀거린다. 부패의 힘으로 냄새는 점점 가벼워진다. 나는 봄을 버린 여름이다. 봄을 기억하지 않기 위해 죽은 새를 바라본다. 그러면 내 눈은 더욱 더 불온해진다. 나는 가을과 겨울을 한꺼번에 껴입은 여름이다. 그래서 죽은 새가 필요하다. 죽은 새를 꿈틀거리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당신들은 지금 이상한 여름을 바라보고 있다. 가을과 겨울을 한꺼번에 껴입고 죽은 새의 죽음을 거부하고 있는
격월간 『시사사』 2018년 7~8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박민경 시인 / 고전풍으로 (0) | 2019.05.22 |
|---|---|
| 채인숙 시인 / 디엥고원 (0) | 2019.05.22 |
| 함명춘 시인 / 황금 비늘 (0) | 2019.05.22 |
| 이여명 시인 / 햇볕우물* 외 4편 (0) | 2019.05.22 |
| 권영옥 시인 / 청빛 환상 외 1편 (0) | 2019.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