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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경 시인 / 고전풍으로
북어처럼 마른 문을 열면 언제나 허기진 불빛 길가 선술집엔 아그배나무가 자라고 어린친구 베로가 있었지.
하천 벤치에 앉아 어린 날 유치한 공포를 떠올리면 스무 발걸음이 무거워 혼자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당사골목처럼 입이 벌어지는 밤엔 녹슨 전등을 켜고 바람 없이도 흔들리는 아그배를 키우는 우리는 해비늘 돋는 지중해로 가고 싶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와 똑같이 나무줄기가 흔들리고 창문 너머 어둠을 머물게 하는 그림자가 서 있었지.
너는 눈알 반짝이는 인형처럼 계절이 바뀌는 바깥을 열었지만 우리의 발목을 꽁꽁 묶은 건 무엇일까.
생은 그리다 만 유화처럼 팽개쳐져있고 발자국 찍힌 길을 지우면 안개가 눈을 찌르는데 처음 불꽃놀이를 본 아이같이 베로의 입술이 떨렸어.
날마다 아그배 허리를 베는 꿈을 꿨지만 코를 찌르는 피 냄새만 사방으로 흩어졌다 타버린 선술집 위로 는개가 내리고
비 온 오후를 날아다니던 까마귀는 풍경에 대해 입을 닫고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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