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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 시인 / 디엥고원
1
열대에도 찬 바람이 분다.
가장 단순한 기도를 바치기 위해 맨발의 여자들이 회색의 화산재를 밟으며 사라진 사원을 오른다.
한 여자가 산꼭대기에 닿을 때마다 새로운 태양이 한 개씩 태어난다.
2
무릎이 없는 영혼들이 사라진 사원 옆에서 에델바이스로 핀다. 몇 생을 거쳐 기척도 없이 피어난다.
땅의 뜨거움과 하늘의 차가움을 견디며 천 년을 끓어 오르는 화산 속으로 여자들이 꽃을 던진다.
3
어둠의 고원을 거니는 것은 만삭의 바람
여자들의 맨발을 어루만지던 안개의 진흙이 제 몸을 돋우어 사원을 짓는다.
4
똑같은 계절이 오고 또 간다. 모두가 신은 없다는데 나는 오늘도 기도가 남았다.
*디엥고원: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의 복합 분화구 지역. 자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유적지로 서기 950년 경 400여 개 이상의 힌두사원이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8개만 남아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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