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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시인 / 나무의 물결
네가 어젯밤, 내게 쏟아낸 시린 별빛 같은 얼음의 말들을 삼키지 못했다
그런 너를 기다리는 미명의 아침 나무 탁자를 앞에 두고 차를 마시다가 탁자에 그대로 잠들어 있는 나무의 단면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지
그 속에 눈꺼풀을 덮은 채 누워있을 빗방울의 뭉툭한 손톱들, 여러 날의 바람 흰 눈송이들의 쌓여가던 무게와 그들을 맞으며 기꺼이 노래했을 새들의 울음을 떠올렸다
나무의 잠든 무늬는 고요한 물결이 흐르던 오래전 마른 자국과 닮아 있고 그대로 삼키지 못했던 사소한 일들과 채 간직하지 못하고 뱉어버린 지난 사랑의 가느다란 머리카락들을 나는 생각한다
그런 모든 것들이 물결이 되어 나무의 흔들림처럼 나를 나의 혈류를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
낡은 방 어느 날 너와 내가 거칠게 나누었던 파도의 뜨거움까지 깊고 넓은 파문의 무늬로 그렇게
월간 『시와 표현』 2016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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