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이솝 시인 / 라디오가 듣고 있는 라디오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3.

김이솝 시인 / 라디오가 듣고 있는 라디오

 

 

  가양3동 “하수암거 공사 현장” 푯말 앞

  젊은 인부가 삽 한 자루를 깔고 앉아 라디오를 듣고 있다.

 

  오렌지 색 트랜지스터

  사내가 쏘아 올리는 도넛 연기 속으로 4분의 4박자의 새들이

  포르릉 뛰어들고

 

  메타세쿼이아 바싹 구워진 그늘로 구급차가 경적을 울리며 간다.

  바이크를 탄 건달들이 투투투투 떼 지어 오고

  지축을 울리는 천공기 소리

 

  갑작스러운 사이렌 소리에 멈춰 서는 차들

  라디오 속 목소리는 고열이다, 순간 일제히

 

  인부 쪽으로 늘어지고 있는 노란 귀들

 

  훈련 공습경보가 있거나 말거나 도넛은 여전히 둥글고

  음악은 혼자 경쾌하고

 

  허공에 푹 찔러 넣은 이어폰들 사이

 

  라디오가 듣고 있는 라디오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김이솝 시인

본명 김대성. 201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4년 천강문학상, 2015년 계간 『시와 소금』 신인문학상 수상.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한옥 시인 / 뿌리 외 1편  (0) 2019.05.23
이석균 시인 / 의도한 조우  (0) 2019.05.23
신철규 시인 / 11월  (0) 2019.05.23
허민 시인 / 나무의 물결  (0) 2019.05.23
이운진 시인 / 파란 달  (0) 2019.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