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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석균 시인 / 의도한 조우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3.

이석균 시인 / 의도한 조우

 

 

   대구시 동구 신천동

 

   쓸데없이 맑은 날

   기찻길을 걸었고

   철로 가운데서 엄마가 웃었어

   우리 이대로 같이 죽을까.

   시도는 자주 있었고

   기차는 계속해서 지나갔지만

   끝내 오지 않았어

   으깨져 가던 팔다리와 몸통에

   더 이상 남은 조각이 없을 때까지

   기차는 오지 않았지.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아이가 사라졌어요

   앉은키가 모두인 아이요

   끝내 전동 휠체어를 사줬거든요.

   학교는 경찰서가 아닙니다만

   퇴근은 내일 하기로 하죠.

   아이가 철길에 앉아있다.

   아이가 선을 세 개로 만든다.

   아이가 철길을 달린다.

   아이의 얼굴이 조금씩 마른다.

   기차가 오지 않는다.

 

   부개동 ― 신천동 ― 부개동

 

   엄마가 걸어오고

   지우개 싹싹 문지르고

   발목이 잘리고 무릎이 부서지고

   뭉텅이 붉은 점이 퍼져도

   기차는 안 오고

   지우개 가루가 붉은 점을 덮어

   철길이 하얘진 그때

   아이가 웃는다.

   기차를 끝내 만나지 못한 아이가

   철길을 건너며 깔깔 웃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이석균 시인

2016년 《문학선》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