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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균 시인 / 의도한 조우
대구시 동구 신천동
쓸데없이 맑은 날 기찻길을 걸었고 철로 가운데서 엄마가 웃었어 우리 이대로 같이 죽을까. 시도는 자주 있었고 기차는 계속해서 지나갔지만 끝내 오지 않았어 으깨져 가던 팔다리와 몸통에 더 이상 남은 조각이 없을 때까지 기차는 오지 않았지.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아이가 사라졌어요 앉은키가 모두인 아이요 끝내 전동 휠체어를 사줬거든요. 학교는 경찰서가 아닙니다만 퇴근은 내일 하기로 하죠. 아이가 철길에 앉아있다. 아이가 선을 세 개로 만든다. 아이가 철길을 달린다. 아이의 얼굴이 조금씩 마른다. 기차가 오지 않는다.
부개동 ― 신천동 ― 부개동
엄마가 걸어오고 지우개 싹싹 문지르고 발목이 잘리고 무릎이 부서지고 뭉텅이 붉은 점이 퍼져도 기차는 안 오고 지우개 가루가 붉은 점을 덮어 철길이 하얘진 그때 아이가 웃는다. 기차를 끝내 만나지 못한 아이가 철길을 건너며 깔깔 웃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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