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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찬 시인 / 거미 방정식
수직의 질량을 가늠하기란 해법의 시작이다. 모험으로 몸을 던져 벼랑 끝 모서리에서 방향을 저울질 하는 정사각형의 산식들을 거슬러 꿰매가는 거미 앞을 향해 선다. 또 다른 봉합 점을 찾아 긴 곡선의 방정식을 헤집어 거스르기를 반복 한다. 수평을 가늠하는 혜안이 열려 갈쯤 사선의 낙하점을 조준해야 하는 기로에 매달린 채 몸을 흔들어 적절한 각도에 강하를 자행 한다 얼기고 설기어가는 삶의 오라기 같은 공간들이 동여 매지기 시작하면 수채화 파렛트 같은 물칠 묻은 마름모 공백들이 다투어 들어선다.
풀기 보다는 엮어가는 방정식에 능수능란한 거미를 올려보며 풀기에 갈급했던 삶의 해법을 거슬러 정리하다 하루해를 놓쳤다. 공식의 한가운데에 가부좌를 튼 채 기다림의 수행에 접어든 거미의 방정식을 주섬주섬 더듬어보는 오후의 술래잡기에 나는 오늘도 술래다. 오늘도 풀지 못한 물기 마른 술래.
웹진 『시인광장』 2016년 2월호 발표
권혁찬 시인 / 바퀴
돌고 돌아 제자리인 걸 돌아 봐도 그 자리 앞을 봐도 그 자리 돌지 않아도 맨 그 자리 인 걸 돌지 않고 멈추니 현기증 고질증이 도진 듯 부르르 떨다가는 방향 없이 굴러가는 저 바퀴는 뉘 것이며 내 바퀴는 어디던가
돌고 돌아 이 자리 인 걸 돌고나니 어림되는 곳 외발로 서있듯 모서리에서 시건을 푼다 이제 또 어디로 구르려는지 약한 숨소리에 호령을 얹어 헛기침처럼 부풀어 오르는 시간 숙명처럼 돌고 도는 바퀴처럼 도는 세월 돌아라! 굴러라! 네 멋대로 가거라 어차피 너와 난 바퀴일 뿐 시간과 무연고 인 둥근 미물 인 것을 각을 세워 무엇에 쓰랴 꼬챙인들 무엇에 쓰랴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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