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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시인 / 소금론
웅성거리던 삶을 한 번에 묶어놓고 꽉 다문 입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는 묵언의 날들 그러나 기억의 힘은 얼마나 센가 한때는 갇힌 물이었을 한때는 노숙의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온몸을 비틀었을 그동안 너무 많은 말들이 쌓여 있었어 후일담의 이야기들을 하얀 소금으로 압축해놓은 생애 이제는 그 소금 알갱이가 당신의 생애를 버티게 해 줄 것이므로 더 이상 세상일에 흔들릴 리가 없겠으나 어느 순간 당신은 세상의 잡것들을 향해 매몰차게 소금 한 바가지를 뿌릴 것 같다 물러가라 썩!
월간 『심상』 2015년 8월호 발표
김진희 시인 / 구사일생의 사유들
상수리나무에 톱날이 지나가다 멈춘 자리가 선명하다 죽다가 살아난 나무 구사일생의 사유는 옆을 지나가는 전기 줄이었다 나무가 쓰러지는 위치가 전기 줄을 건드리기 때문 가시 같았던 인연 그 늙고 병든 목숨을 붙잡고 남은 생을 흥정하던 날이 있었다 손발은 쓸 수 없어도 혓바닥은 깨물 수 있다며 버티던 사람의 목숨 위에 핑계를 대며 벌어보던 숙려의 시간들 그때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계간 『문학과 행동』 2016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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