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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시인 / 손바닥 잠언(箴言)
육백 년씩이나 묵은 은행 알을 주웠다
알알이 타당한, 알알이 자명한 알알이 현명한 말씀, 말씀들을 주웠다
소싯적 어른들의 훈계를 귀 너머로 흘려들었던 내 아둔함을 탓하기라도 하듯
알알이 고약한, 알알이 요란한 그 말씀들이 손바닥에 묻어 좀처럼 지워지질 않았다
분(糞)으로 쓴 손바닥 잠언箴言을 고이 모시고 돌아와
한나절 내내 읽고 또 읽었다
계간 『열린시학』 2015년 겨울호 발표
김인숙 시인 / 10cm의 세상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명예퇴직하고 심마니가 된 <직장암 랭보>가 산으로 간 뒤 베트남 새댁 <월남국수>의 아오자이가 뜨거운 눈물을 훔친다. 신문 배달하던 <ET>의 자전거가 금성으로 간 까닭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용이 된 미꾸라지>의 성공 신화는 <매 맞는 카사노바>의 후일담에 묻혀 재빨리 잊혀졌다. 푸른 눈의 강사와 어울리던 <미미>가 기지촌에 짐을 푼다. <이웃사촌>은 어제도 오늘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귀 밝은 베토벤>이 쓴 시가 세상을 밝힌다. 어린왕자를 기다리던 <사막여우>는 이미 죽은 지 오래 <천국의 양치기>가 세상 모든 羊을 이끌고 강을 건너간다.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의 행렬이 세상을 바꾼다.
계간 『열린시학』 2015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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