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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현 시인 / 칸나
꽃의 영혼은 色일까, 향기일까, 한 생애의 서사를 오롯이 칸나로 요약한 당신, 부음을 듣지 못했으니 향기이겠습니까? 알람시계가 까르르르 고장 난 아침을 깨우듯 밀랍샘 당신의 향기를 꺼내보세요. 우리는 늘 함께여서 익숙하지만 초면인 듯 낯설어요, 나를 아시겠어요? 칸나를 장미라고 오독하는 착란이 가시를 착상하듯 향기를 문장이라 정독하는 애인이 정곡을 찌릅니다! 열차의 시간이 휙휙 눈보라를 가르며 자작나무숲 지나 이르쿠츠크의 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베츠느이 아곤은 죽은 자가 밝힌 불이라죠. 당신 사후의 불은 언제 켜실 건가요? 오늘 밤 우리 모닥불을 지펴요. 칸나는 온몸이 성화봉 내 몸에 불을 질러주세요. 오로라와 신기루 사이 마리화나 당신.
웹진 『시인광장』 2016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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