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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택 시인 / 모자의 기원
1.
모자가 사람을 만든다
나를 삼켰다 뱉는 모자
바람이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아주 작은 불꽃 하나가 모자를 바꾼다
대의명분을 앞선 권력의 모자를 쓰기 위하여 진흙탕 속에서 춤을 추었다 칼은 역사의 불꽃, 어둠을 밝히는 빛, 모자들의 화려한 군무다
욕망의 큰 모자를 쓰고 한바탕 잘 놀아보는 일이다
2.
모자는 누군가의 모자였다
침입자들은 순식간에 대궐을 점령하였다 머리에 義를 두르고 칼 찬 병사들 모자를 벗어야할 때를 안다 달이 질 때를 알듯이 역사는 모자 하나의 차이
역사가, 왕이 바뀌었다 모자가 제 주인을 알아본다
죽지못해 살아야하는 왕이 머리를 숙인다 바닥에 닿도록 모자를 숙이는 일,
모자의 안과 밖 빛나는 영광과 비굴한 모욕이다
모자를 썼다 벗는다
세상이 있었다 사라졌다 한다
웹진 『시인광장』 2014년 4월호 발표
서영택 시인 / 봄을 만지다
빛이 번지는 터널의 끝이다 돌고 돌아 너에게로 가는 길이다 별들이 그물에 걸려 출렁일 때마다 나무는 휘어버린 통증을 삭히느라 몸을 떨었다 시간은 각질을 뚫고 가시를 뱉어낸다 환부가 드러난 통증이 벽에 박힌 못처럼 반짝인다 세상의 모든 지붕과 나뭇가지들 막다른 골목길이 흔들린다 뛰어오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돌아온 너를 맞이하는 일이다 내일의 창을 열고 풀잎처럼 엎드려 희망을 불러보는 것이다 걸어온 길들이 조용히 빛난다 다시 돌아갈 오늘의 노래처럼 끝나지 않은 음표다.
계간 『포엠포엠』 2016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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