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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 시인 / 해바라기
비가 내려요 머리카락에 가려져있는 여자의 얼굴 비에 잠긴 채 말라 있어요 여자의 은밀한 방
비워지는 방
비밀 밀회 열등만 빼고 숨어 있는 배치 그녀의 답답한 구조
감각이 이어지는 환지통
토막잠 같던 구조가 일그러져요 깨진 눈 잘게 쪼개고 꺾인 목뼈로 잇는 벽 빽빽해져 가는 회색 집의 시야
태양이 사라진 골목에 떨어지는 별 모래들의 시공간이 출렁거려요 비가 내려요
일그러지는 그녀의 얼굴 잊기로 해요
해바라기가 닫히는 시간
시집 『두 번째 벙커 』(시산맥사, 2015) 중에서
한지혜 시인 / 센서
토르소의 까만 눈동자 천장에 붙어서 빛나는 작은 몸체 두 팔이 없는 너에게
내가 나의 눈을 가릴게
눈을 가려도 눈이 뜨거워 빨강은 금성 사과를 갈라 낮의 반으로 맞출래
빨강에게
가장 어두운 검정이고 싶은데 나는 검정에 흰색의 포스트컬러를 섞어 흑백 잠을 청하지만
명도를 가르며 화성은 떨고 있어
공기의 증거가 없어 너와의 투명한 약속은 없었지
편안한 휴식 같은 내 수면 근처에 갈망 나는 너의 감각을 믿었지만 네 감각은 속였지
더 날카로워지는 눈빛
오늘밤 나는 지하를 뚫는다 땅굴이 없는 너의 잠 속으로 너의 꿈속으로 전철이 지나가고
다시 출발하려는 빛나는
시집 『두 번째 벙커 』(시산맥사, 201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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