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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남 시인 / 입체주의 소나기
그러면서 너는 지속적으로 늙어갈 것입니다 너는 천성이 기분 좋게 태어난 아이지만 잠시 머물다 갈 아이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생애 최초로 만난 커다란 슬픔이라고 그러나 너는 말하지 않습니다 원시의 물비린내 물컹이는 곳에 참나무가 강건합니다 그런 맑은 숲길에 든 것으로 그곳에서 백만 살 검정앵무새를 만난 것으로 대가를 받았다 위무합니다 네가 만난 검정앵무새는 생물 진화도에서 멸종한 곁가지입니다 정오의 태양이 백만 살 검정앵무새가 끼고 다니는 책갈피에 누웠습니다 태양이 근사하게 말라가는 동안 어떤 현상학에 걸려 넘어지는 것은 권태로운 일이겠습니다 하나의 계절에서 여러 얼굴과 맞닥뜨린 너는 어떤 얼굴도 진실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얼굴이 얼굴을 떠나는 일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때문입니다 너와의 거리를 가늠하다가 경솔한 사랑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네가 몰고 온 한랭전선만큼이나 밀도가 조밀하지 못합니다 예보 없이 곧장 왔다가는 것이 너뿐이겠습니까 너는 너여서 쏟아지는 게 아니라 쏟아져서 너라는 걸 알아갑니다 그러면서 너는 지속적으로 또한 늙어갈 것입니다
웹진『시인광장』2014년 7월호 발표
강재남 시인 / 폭염
구름이 태양의 정수리를 밟고 다녔다 하지절에 태어난 나의 애인은 태생이 욱신거린다했다 나는 피가 끓어서 구름무덤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그러니까 핏줄 불거진 내 몸은 얼마간 방치됐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 대해 덜 현실적이고 싶었다 정오의 땡볕이 아열대기후로 구름무덤에 가닿았다 나는 한 번도 짚어본 적 없는 애인의 이마에 손바닥을 얹었다 아열대성 건조기후가 손가락 사이로 성급히 달아났다 그것을 모반의 결정체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졌다고 문득 마음대로 생각하고 싶어졌다 창백한 떡갈나무 밑으로 무수한 주검이 깔려있었다 마음을 다친 떡갈나무 이파리는 어느 잎맥에서도 물기가 없었다 귀찮을 만큼 태양이 따가웠다 이를 먼 풍경으로 해석하다가 다섯째 되는 날 애인을 버렸다 그리고 잠시 고독해지기로 했다 나무 앞에 서서 나무에게 들려줄 말이 생각나질 않았다 가령 정교하게 짠 바구니에 네 아기를 뉘어주겠다든지 어린 것의 탯줄을 비밀장소에 묻어주겠다든지, 것에 침묵했다 그러한 동안에도 구름은 태양의 정수리에서 뭉그적거렸고 심드렁한 척 태양은 끊임없이 자랐다
계간 『계간문예』 2014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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