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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나태주 시인 / 대숲 아래서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31.

나태주 시인 / 대숲 아래서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를 비롯,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풀잎 속 작은 길』, 『슬픔에 손목 잡혀』, 『산촌 엽서』, 『쪼끔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 등과 산문집 『외할머니랑 소쩍새랑』, 『시골사람 시골선생님』, 동화집 『외톨이』 등이 있음.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화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