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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은 시인 / 라일락진료실
라일락향기를맡으면기분이좋아진다. 한송이를호주머니에넣고진료실로들어간다. 의자에앉으면얼굴빛이드러나 젊은여의사시선이잠깐반짝인다. (클로즈업도자신있어)
피아노건반처럼의사는가볍게책상을두드린다. 나는숫자를세며시간의층계를내려간다. 음악은슬픈데, 고통이들리지않아요. 그냥눈물이쏟아지던날은심한우울때문이었다. (거짓말할수없고밝은척할수없었어) 아무것도말하지않고아무도들어갈수없는마음 (나의문제인가당신의문제인가대화보다약이필요해)
책상을사이에두고공포를마주보는게아니니까. 의사는복잡한음계에빠진듯고개가살짝낮아진다. 창으로비스듬히하늘그림자가들어온다. 말이필요없으면귀도필요없을거예요. (부드럽고부서지기쉬운꽃가루를옮겨봐)
꽃잎을만지작거리는내손의움직임을지켜보며 향기가제멋대로꿈으로흘러들어 의사는내얼굴보다더흐린얼굴로 처방전을쓴다마지막진료라고말하지않는다. (라일락이기분좋게음을조율해누가노래하나)
웹진 『시인광장』 2018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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