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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현정 시인 / 사차원의 뒤뜰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3.

오현정 시인 / 사차원의 뒤뜰

 

 

누구에게 태어나 누구를 만날까.

베틀 짜는 직녀야, 정원을 노니는 여왕벌 문양 앞섶에 새겨줘

 

암술은 꽃봉을 두드리고 꽃봉은 꽃잎을 간 보다

더 진한 색을 공유하거나 등 돌리는 얼룩잠자리 날개 봐

소국小菊도 아릿한 바람 속으로 걸어가네.

 

엄마 젖이 맛있네, 눈 뜨자

당신 참 멋있네, 눈멀고

별거 아니네, 눈 감는 게 인생인가 봐.

 

대단한 것도 영원한 것도 아닌 세 가지 간間 사이에서

아, 이 맛! 그것을 만나기 위해

문과 문 사이에서 날마다

두드리는 수신부호와의 접속이 바로 삶인가 봐.

 

내일 당신과 무엇을 할 것인지

우리 얘기한 것이 벌써 지금이 되네.

공간에 시간을 더하니 이미 사차원의 뒤뜰이네.

 

지나온 것 지우지 않고 당신 없이 여기

다가올 내일은 기다리지 않아, 저 혼자 오고 가다

시간 중에 공간과 인간을 맛보고 혀끝이 식으면 폐간 될 것이네.

 

당신이란 압축파일을 열자 인간, 공간, 시간이 당신의 전 생애이듯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오현정(吳賢庭) 시인

경북 포항에서 출생. 숙명여대 불문과 졸업. 1978년, 1989년『현대문학』2회 추천완료로 등단. 시집『몽상가의 턱』『광교산 소나무』『고구려 男子』『봄온다』『물이 되어, 불이 되어』『에스더 편지』『마음의 茶 한 잔․기타詩』『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등. 2017년 제15회 애지문학상, PEN문학상, 월간문학동리상, 들소리문학대상. 제24회 숙명문학상 수상. 한국문협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숙명문학인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