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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기 시인 / 국수나무
안으로 단단히 반죽된 몸통. 제 껍질을 국숫발처럼 내주듯 거리에 하얀 국수나무꽃이 핀다. 시원한 멸치 국물 냄새 다 끓어 넘친다. 건져둔 멸치 비늘이 보도블록에 반짝인다.
치과에 모시고 갔던 한 남자의 엉성한 이가 생각나 커다란 눈물이 냄비그릇에 빠진다. 퍼져 녹아든 눈물로 천천히 간을 맞춘다. 속 시원하게 하는 뜨거움이 슬픔이 내려가는 듯 착각에 빠뜨린다. 휘젓는 젓가락질에도 빠져 나가는 눈물, 멸치의 냄새가 났다. 국수의 끝이 다 보인다.
양손 들어 올린 흰 대접에 검은 얼룩이 피어난다. 때 낀 열 개의 손톱, 짧은 손가락이 밉다. 다 건져먹은 슬픔에도 서러움이 남는지 뜨거운 국수 한 그릇이라도 나누지 못한 마지막 깨끗이 비운 그릇이 환한, 새 봄을 기다리지 못하고 떠난 꽃 핀 길을 혼자 걸으며 내내 울었다. 나의 뿌리와 바다, 신이 된 한 남자를 생각하며
헛헛한 공복, 시장기를 느끼는 더러운 배반감이 뱃속에서 꿈틀거린다. 모든 것들이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밤. 살아야만 한다는 의문스런 당위가 퍼진 국숫발 같은 나뭇가지로 더 길게 늘어져 뚝뚝 끊어진다.
끄는 걸음에 바짓단이 쓸려 시커멓게 물들도록 바닥의 찌꺼기 눌어붙은 슬픔이 풀어지지 않는다. 나는 바닥에 붙어 바닥이 되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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