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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숙 시인 / 바다로 가는 길
1.
한 줄이다 모텔의 창을 열면 해송의 우듬지에 수평선이 걸려 있다
위험 도로 끝, 이라고 쓴 이정표 아래 입을 벌린 물고기 바다로 가는 길을 묻고 있다
2.
바닷가 소나무 거친 바람을 맞는 것이 타고난 업이다 파도소리 밀려와 앉을 틈 없이 벗겨져 나가는 소나무의 살 허물, 맨살 위로 짠 바람 빛나게 몰려온다 검은 눈물이 된 솔방울 긴 속눈썹이 젖는다 누가 저 눈물을 호리병에 담아 위로해 줄 것인가
3.
솔잎이 뭉쳐진 줄 알았다 죽어 누운 새 한 마리 솔잎 깃털 사이로 하얀 뼈 몇 개 삐죽 올라와 있다 눈을 감싸던 동그란 뼈 허공을 굴리며 먼 바다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제 바람은 그의 날개를 가볍게 들어 올릴 것이다 망망대해를 날아 한 점, 찾을 수 없는 마음 지나는 동안 어쩌면 아침 햇살이 될 지도 모르지
4.
위험 도로 끝, 그 앞에 다시 선다 끝이라는 말은 얼마나 많은 칼날을 품고 있는가 부드러운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침묵, 그 기둥에 매달려 얼마나 많은 거리를 헤매어 다녔는지 옥상으로 향하는 젖은 발걸음에 놀라 축축해진 꿈을 깨면서도 알지 못했다 호흡하는 매 순간이 끝의 끝, 시작의 시작인 것을 길의 끝이라 한들 무엇이 그리 위험하겠는가 가속도를 붙이며 달려 온 이 곳
5.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바다와 마주 앉는다 허공을 지우며 가는 갈매기 한 마리 바다의 발톱 한 끝이 가슴을 치고 달아난다
월간 『시와 표현』 2016년 6월호 발표
송연숙 시인 / 아브락사스
겨울의 눈가가 침침하다
아치형 플라스틱 자궁, 까만 전선의 탯줄에서 젖은 깃털이 태어났다 무표정한 공기 날 선 전구의 빛 다리가 휘청거린다 미농지 같은 눈꺼풀 들어 올려 데스마스크의 하늘 바라보다 잠이 들길 몇 시간 째 반복한다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 실금인가 싶었는데 어미닭의 솜털이다 어미의 기도 흔적 안고 지구를 굴리는 작은 우주, 젖꼭지를 찾고 있다
구름 속으로 번지는 노란 달빛을 물고 낯선 글자와 기호로 가득한 거리로 나선다 가고 옴을 기약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길 하늘의 구름은 길을 몰고 다니며 요동친다 동굴 속 혼잣말에 실핏줄이 번진다 어둠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기 시작한다
보송보송 털이 살아난다 새 순 같은 부리 찢어 놓은 신문지의 글자를 풀잎처럼 쪼아댄다
기억의 눈망울 속 농가 한 채 떠오른다 암탉의 날개 밑으로 순식간에 몰려오는 구름떼들 외양간으로 텃밭으로 어미 발자국 따라 길을 찍는데
눈이 내린다
쌀알만한 구멍으로 열쇠 같은 발톱을 내미는 병아리 한 세계의 문이 열린다
아브락사스!*
* 데미안에 나오는 신의 이름
계간 『시인정신』 2016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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