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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형주 시인 / 먼나무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9.

신형주 시인 / 먼나무

 

 

      제주에서는 집집마다 마당에 먼나무를 꼭 심는다네요.

      사랑의 열매 나무라고도 한다네요.

      그래서일까요

      먼나무 먼나무 가만히 부르다보면

      눈에서 멀어질수록 가까워지는 당신 같아요.

       

      한겨울 빨간 열매들 수없이 달려있어

      사방이 눈에 덮여 있어도 멀리서 금세 눈에 띄는 먼나무.

       

      당신은 먼나무

      그대가 마음을 타종하면

      범종소리처럼 퍼지죠.

      눈 속에 핀 빨간 소리알들

      땅으로 뛰어내려

      싸목싸목 눈길을 밟고

      내게로 천천히 걸어, 걸어 올 것 같아요.

      때로는 아득하게 때로는 가까이 들리는 소리 발자국.

       

      새들이 이곳까지 날아와 소리를 배설하면

      나의 앞마당에도 먼나무가 자라겠죠.

       

      하지만

      먼나무는 난대성 수종

      추운 곳에서는 살지 못해요.

      먼나무는 먼, 나무라서

      멀리 떨어져 살아야만 하죠.

      당신과 나처럼 말이에요.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신형주 시인

2010년 계간 《시에》 등단.  2017년 시집 『젬피』 출간.  2010년 마로니에 백일장 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