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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시인 / UFO 소나무
한때 빨치산들의 야전병원이 있던 지리산 벽송사 옛 대웅전 자리 앞에 수령 600년 된 도인송 한 그루 새벽녘이면 알아들을 수 없는 신호음을 내며 화들짝 깨어난다고 한다. 그것은 하늘로 통하는 우주 정거장 푸른 UFO가 둥근 깃을 펼치며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어 싸우다가 묻힌 영혼들을 이쪽과 저쪽을 가리지 않고 하늘로 실어 나르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두 아름이 넘는 소나무 등걸 속에는 서로 화해한 영혼들이 타고 올라가는 물관부의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작동하고 검은 옷을 입은 밤새들이 날아와 비행접시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과 소리들은 야음을 틈타 너무도 은밀하게 이루어져 누구에게나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고 하니 나도 한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을 열고 몇 날 며칠을 기도하듯 기다려 소나무 등걸 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그 둥글고 푸른 우주 정거장, 이 세상의 표가 필요 없는 UFO를 타고 싶다.
시집 『UFO 소나무』(황금알, 2012) 중에서
이상인 시인 / 나비의 터널
흰나비가 날아간 허공에 기인 터널이 뚫려 있다.
부드럽고 뽀얀 밀가루가 덕지덕지 묻어 있느니
두 개의 부채를 활활 부치며 지그재그로 뚫고 간 길이 너무나 투명하다.
뱀이 벗어 던진 허물처럼 한 생이 탈바꿈하여 경계를 벗어난 것처럼
뚫렸던 활로活路는 어느덧 오므라들어 소식 끊긴 전홧줄,
희미한 거미줄 같이 흔들거린다.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것들 몇 번의 껍질을 벗듯 덜어내고
고통의 몸짓 아로새겨 넣으며 간 길, 아득하여라.
열나흘, 헐렁헐렁한 날갯짓으로 이리저리 날아왔다 가는 허공
날마다 짙은 꽃향기로 컴컴한 터널을 채우며 죽어갔으리.
시집 『UFO 소나무』(황금알, 201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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