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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윤정 시인 / 네가 말을 숨길 때마다 별이 빛났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20.

최윤정 시인 / 네가 말을 숨길 때마다 별이 빛났다

 

 

      발자국 끈 자리, 별이 켜진다.

       

      진공의 저녁을 빠져나간 여름밤

      주머니 속 수신음은 백지라서 별이 빛났다.

       

      발을 삔 골목은 강변까지

      잠시 구겨졌다 펼쳐지곤 했다.

       

      네가 말을 숨길 때마다

       

      트랙을 벗어난 선들 간간이 강변을 떠 다녔다.

       

       

      길고 짧은 골목길은 평평했던 적이 없다.

       

      제각각 생각에 잠긴 여름밤 골목들

      가끔은 우리가

       

      투명 비닐 속 녹다 만 박하사탕 같아서 걸음을 멈췄다.

      담장 너머 맺힌 풋열매가 떨어졌거나 사라질

      절기 쪽으로 조금씩 몸이 기울고

       

      밤공기 속을 뒤척이며 익어간다.

      시간을 벗고 스펙트럼을 벗어난 빛의 끈들

       

      고요마저 벗으면

      입김처럼 서너 걸음 앞에 네가 웃으며 서 있다.

       

       

      여름밤 이마가 움푹 패어 있다.

       

      첫마음이 첫마음을 스치는 동안

      유리창에 김이 서려서

      뜨거워서 소나기 설풋 익고 있는지.

       

      축축해진 선홍빛

      손잡이가 머뭇거리며 뜨거워진다.

       

      네가 말을 숨길 때마다 별이 빛났다.

       

      어둠 속 남겨진 저녁의 빗방울들

      멎지 않는 떨림은 침묵을 만들고

      잎새 그림자 말 없이 떨고 있다.

       

      비닐우산 미끄러져 빗방울들

      흙알갱이 품으로 숨는 사이.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최윤정 시인

대구에서 출생. 2014년 《작가세계》 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공중산책』 (천년의 시작, 2017) 이 있음. 201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