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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미선 시인 / 옥탑방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2.

송미선 시인 / 옥탑방

 

 

뚜껑이 없는 화강암 관을 골랐어요.

 

사면이 거울이라

옥탑방도 붉은 알함브라처럼 보였어요.

접이식 철제 뼈대지만 레이스로 치장한 침대는 불을 켜면 끝없이 늘어났어요.

상들리에보다 찬란한 알전구가 빗나간 사랑을 여전히 겨냥중이네요.

 

장미꽃을 받은 날부터 가시에 찔려 죽는 꿈을 꾸었어요.

거꾸로 매달린 채 말라가는 장미.

버거웠지만 빨간 구두는 춤추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벗은 외투에서 남은 온기가 빠져 나가네요.

잠결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살이 스며드나 보네요.

 

서쪽 벽 거울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가시에 찔렸는지 거울에서 피가 흐르네요. 아침을 흔드는 모닝콜은 오늘도 안부를 물어오고

 

웹진 『시인광장』 2017년 11월호 발표

 

 


 

송미선 시인

2011년 《시와 사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다정하지 않은 하루』(시인동네, 2015)가 있음. 현재 계간 『시와 사상』 편집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