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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성금숙 시인 / 묵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1.

성금숙 시인 / 묵

 

 

      지난여름은 새들의 영역 다툼으로

      귓불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범람하는 초록을 오독하느라

      입술이 다 부르텄다.

       

      꽃의 대열에 서고 싶은 무화과처럼

      거미줄 같은 불안을 짜며

      허공에 매달려 사는 기분.

       

      범주를 넓히는데 실패한 여름은

      입술이 가늘어졌다.

      간다는 말은 곧 온다는 말이라지

       

      발끝을 모으고

      마지막 인사는 간결하고 간절하게

      툭, 툭,

       

      사력을 다해 돌아가던 놀이기구가 어깨를 늘어뜨릴 때

      소동을 가라앉히고 열을 견딘

      한순간 선명해졌다 캄캄해지는 허공의 테두리.

       

      죽은 시간의 뼈는 어디에 묻힐까.

      어둠의 퇴적층에서 묵상을 마치고 나온 것처럼

      고요함의 둘레가 또렷한

       

      차가운 듯 차분한 여자가 식탁에 묵을 놓고 앉아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성금숙 시인

충남 부여에서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2017년 제2회 정남진신인시문학상 수상.  2017년 계간《시산맥》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