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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숙 시인 / 묵
지난여름은 새들의 영역 다툼으로 귓불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범람하는 초록을 오독하느라 입술이 다 부르텄다.
꽃의 대열에 서고 싶은 무화과처럼 거미줄 같은 불안을 짜며 허공에 매달려 사는 기분.
범주를 넓히는데 실패한 여름은 입술이 가늘어졌다. 간다는 말은 곧 온다는 말이라지
발끝을 모으고 마지막 인사는 간결하고 간절하게 툭, 툭,
사력을 다해 돌아가던 놀이기구가 어깨를 늘어뜨릴 때 소동을 가라앉히고 열을 견딘 한순간 선명해졌다 캄캄해지는 허공의 테두리.
죽은 시간의 뼈는 어디에 묻힐까. 어둠의 퇴적층에서 묵상을 마치고 나온 것처럼 고요함의 둘레가 또렷한
차가운 듯 차분한 여자가 식탁에 묵을 놓고 앉아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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