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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미 시인 / 기울어진 귀
흐린 등에 비친 마른 등이 열린 적 없는 유리창에 정물처럼 서 있다. 먹는 건 돈이 들어서 보는 건 비참해서 듣는 건 동정받지 않아서 좋다던 남자의 귀는 항상 벽을 더듬어 창문까지 기어올랐다.
퇴근한 저녁이 등불 켜는 소리, 굴뚝 타고 오른 배부른 트림 소리, 얼지 않고 흐르는 웃음소리로 목을 축이고 위층 여자의 옷 벗는 소리, 샤워하는 소리, 섹스하는 소리를 훔쳐 허기진 배를 채웠다. 눈을 감고 자리에 누우면 그의 귀는 늦게까지 소리를 더듬었는데 가랑잎 뒹구는 소리, 헐벗은 등줄기가 찢겨나가는 비닐 소리, 휑한 바람 소리엔 심한 갈증을 느꼈다.
어두워진 귀에서 귀가 자라더니 그의 낮이 사라졌다. 문밖의 소리는 안으로 자라지 않아 남자의 방, 음이 소거된 화면 속 벽마다 귀가 열렸다.
계간『사이펀』 2018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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