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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옥 시인 /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숙이네 시집와서 이태까정 물꺾정 떠날 날이 없었지롸 한해 농사 태풍 거시기가 망칠 때보다 남자가 쏟아내는 물 땜시 더 속을 썩었지롸 논바닥이 갈라지고 무시 배추가 다 꼬실라져도 그 놈의 아랫도리에 차는 물은 가무는 법이 없었지롸 뱀대가리 같은 고것이 화냥년들을 만나 지랄염병을 떨 때마다 숙이네 흰코빡신 방죽에 뜨기도 허고 농약병이 정지바닥에서 뒹굴기도 혔지롸 새끼 맴에 눈물 맹그는 일은 목숨 끊는 일보다 힘들어 참을 인자가 살강 밑에 수북허게 쌓였지롸 남자의 거시기에 차는 물은 고름처럼 생겨먹었는지 바깥으로 짜내지 않으믄 열이 펄펄 끌어 올랐지롸 절 문간에도 가본 적 없는 여편내가 서방의 물을 낭궈먹다 본께 저절로 보살이 되었지롸 그 물건 읍내 다방에다 술집에다 기생집에다 물장시가 쏠쏠혔지롸 조상이 냉겨준 텃논 열두어마지기가 물장사 뒷돈으로 다 나갔지롸 숙이네 속창시가 다 썩었는지 낯짝에 기미가 시꺼먼 깜밥처럼 앉었지롸 물 한 방울 낭궈먹는 일도 보시하는 일이라고 보따리 싸들고 친정 온 딸년 붙들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혀쌌지롸 지금이 어떤 시상이라고 에미가 딸년한티 씨도 안 먹힐 소리 허고 앉었지롸
시집 『물의 지붕』(종려나무, 200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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